진료케이스/소식

동탄동물심장병원의 진료케이스 및 소식

24시간이 아닌데 야간콜을 받는 수의사

“아이들이 시간을 가려 아프지는 않으니까요”

Editor : 헬로코니

POV 뉴스레터 표지, 24시간이 아닌데 야간콜을 받는 수의사

이번에 소개할 주인공은 임상 26년 차에 개원한 ‘새내기(?) 원장’, 동탄동물심장병원의 한동현 수의사입니다.

‘베테랑의 길을 걷던 그가 왜 이제서야 개원을 결심했을까?’ 처음엔 가졌던 의문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깊은 존경으로 바뀌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인터뷰 중간에도, 퇴근 후 병원을 찾아 온 보호자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진료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그간의 축적된 노하우와 진료에 대한 진심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죠.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바쳐 심장을 뛰게 만드는 한동현 원장의 진솔한 이야기, 지금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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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뭘 더 해줄 수 있었을까” 무력감이 이끈 만학의 길


Q. 임상 경력만 26년 차이십니다. 오랜 시간 진료 수의사로 현장을 지켜오시다가 올해 심장전문병원을 개원하셨는데요. 심장진료를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2000년에 임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을 열었을 때였어요. 심장병을 앓던 환자가 내원했는데요. 저희 병원에서 진단받고 6개월 정도 치료를 받다가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당시 제 지식과 기술로는 아이에게 해준 것이 거의 없다고 느꼈는데, 보호자분께서는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저를 만나고 잠깐이나마 기침이 줄었고, 아이가 마지막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면서요.

보통 아이가 떠나고 나면 병원과 연락이 끊기기 마련인데,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다른 치료 계획을 세웠다면, 다른 처방을 했다면 그 친구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과연 그때의 진료가 최선이었을까?‘ 스스로 묻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그때 밀려온 답답함과 무력감이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고, 인터넷 환경도 열악해 해외 저널 한 편 읽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죠. 결국 독학의 한계를 느끼고 2010년에 대학원에 입학했고, 2015년에 박사 학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심장 진료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학위복을 입은 한동현 원장

Part 2. 심장’내과’가 아닌 심장’병원’인 이유


Q. 수많은 분과 중 심장을 선택하신 이유는요?

단순한 이유인데요. 제가 가장 잘하는 진료였기 때문이에요. 심장은 참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장기입니다. 온몸 구석구석 피를 돌려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엔진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심장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호흡기, 소화기, 신장 등 전신 내과 질환을 꿰뚫고 있어야 해요. 심장 하나를 보기 위해선 신체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종합적인 사고가 필수고요. 특히 노령견의 경우 하나의 질환만 앓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심장만 떼어놓고 진료할 수는 없습니다.

보호자와 상담하는 한동현 원장과 고양이 처치 장면

Q. 주로 어떤 케이스의 환자들이 병원을 찾나요?

보통 반려동물 심장 진료라고 하면 판막 질환(이첨판폐쇄부전증 등)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저희 병원은 부정맥, 심한 호흡곤란, 기도 협착이나 기관 허탈이 동반된 고위험군 환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심장 진료가 흥미로운 점은 기본적으로 ‘내과’에 속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외과와 응급의학의 영역을 두루 아우른다는 점이에요. 약물 치료뿐 아니라 개흉 수술, 혈관 중재 시술, 인공심박동기(페이스메이커) 장착 같은 중재적 시술까지 모두 필요하거든요. 이렇게 심장과 연결된 내·외과적 치료를 종합적으로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중증 환자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심장 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마취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외과 치료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얼마 전에도 엉덩이에 종괴가 있는 부정맥 환자가 왔었죠. 그런 친구들도 어려움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Part 3. “아이들이 일요일을 가려 아프진 않으니까요”


Q. 오랜 진료수의사 생활 끝에 독립된 전문병원을 이끌어보시니 어떤가요? 이전의 진료 환경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원장’이라는 직책의 무거움을 많이 느끼고 있죠. (웃음) 예전에는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지금은 병원 운영부터 세세한 관리까지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지난 20년 가까이 병원을 너무 멀리 출퇴근했던 터라 집 바로 앞에 개원했는데, 직장과 집의 물리적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체감상 더 바빠졌습니다.

저희가 24시간 응급 진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진 않지만, 사실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은 1분 1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릅니다. 그런데 믿고 다니던 병원의 문이 닫혀 있고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면 보호자분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겠어요. 그래서 저희 보호자 분들에게는 접수 마감이 된 후에도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번호를 돌려놔요. 즉, 야간 콜을 받는다는 거죠.

방금 전에도 퇴근하고 부랴부랴 오신 보호자분을 상담하고 오는 길입니다. 예전처럼 정시 퇴근하는 여유는 사라졌지만, 지금 제가 운영하는 병원에선 이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야간이나 주말을 피해가며 아픈 건 아니니까요. 전문병원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면 시간의 한계 때문에 치료를 놓치는 아쉬움은 없고 싶습니다. 우리를 믿고 찾아온 생명은 우리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니까요.

동탄동물심장병원 입구와 진료실

Part 4. 26년 차의 도전: 편안함을 버리고, 새롭게


Q. ’26년차라면, 어쩌면 쉬어가거나 안주하고 싶어지는 시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초심을 유지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주변 동료들도 많이들 말하더라고요. “편하게 자리 잡았는데, 왜 이제 와서 그 고생길을 자처하느냐”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제야 내 일을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그동안은 대표원장님들의 그늘 아래서 큰 부담 없이 안락하게 진료를 해왔던 면도 있었죠. 그 편안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개원을 늦춰왔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100세 시대잖아요. 저는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전문직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이가 들어도 내가 평생 갈고닦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현역으로 뛸 수 있다는 점입니다. 26년간 이것저것 수많은 임상 케이스를 겪었고, 그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과 통찰이 지금의 진료를 한층 더 성숙하고 정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Q. 원장님의 그 마음이 오래오래 가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을 개원하고 만난 아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참 깊고 기구해요. 무엇보다 보호자분들이 아이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피를 나눈 가족으로 대하시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쉽게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시고요. 그렇게 누군가의 세상 전부인 존재를 치료하면서 제가 어떻게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허투루 진료를 볼 수 있겠어요. 아이와 보호자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겸허해집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진료실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는 한동현 원장

Part 5. “최고는 아닐지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Q. 학술 활동과 연구도 꾸준히 이어오신 것으로 아는데요. 요즘은 어떠신가요?

그동안은 ‘최소 1년에 논문 한 편은 반드시 쓰자’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개원 첫해인 올해는 너무 정신이 없어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요. (웃음)

예전에는 제 개인적인 학문적 호기심을 끄는 주제 위주로 문헌을 찾았다면, 요즘은 지금 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중한 아이들과 직결된 최신 연구와 저널을 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결코 최고는 아닐 테니, 아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채워 넣는 수밖에 없죠. 학술 논문 집필도 병원 운영이 조금 수월해질 내년쯤 꼭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학술 컨퍼런스에서 고양이 심근병증을 강의하는 한동현 원장

Q. 마지막으로, 보호자들에게 어떤 병원, 어떤 수의사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최선을 다하는 곳?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수 있는 병원? 글쎄요. 솔직히 거창한 수식어나 미사여구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말이 제 모든 것을 대변해 주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아프지 않는 것. 이게 제 최종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강아지를 안고 병원 로고 앞에 선 한동현 원장

한동현 / 동탄동물심장병원 대표원장

국립경상대 졸업 후 강원대 수의과대학에서 심장학 박사를 마친 한동현 원장. 한국수의심장협회 발기인이자 아시아수의내과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심장 분야의 전문성을 깊게 다져온 학구파이십니다. 💘

26년 차의 내공을 지녔음에도 ‘새내기 개원의’의 설렘과 뜨거운 초심으로 돌아가, 늦은 밤 퇴근길 보호자까지 살뜰히 챙기며 눈코 뜰 새 없이 진료 현장을 지키고 계신데요. 밤낮없이 불을 밝히는 원장님의 우직한 진심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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